일상

반년

러직맨 2022. 3. 7. 13:30

정말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기 시작한 지 정확히 반년이 되었다. 한 해중 보낸 시간이, 그 해 남은 시간보다 많아지기 시작하는 날이다. 반년 전 그날처럼, 우리는 근처 치킨집에서 치킨과 감자튀김, 만두를 포장해 맥주와 함께 먹었다. 그날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솔직히 고백하였다. 오늘은 지난날을 돌아보았다.
많은 시간을 함께한 덕인지 반년동안 참 많은 순간들이 떠오른다. 함께했던 첫 뉴욕 여행도, 균형이의 추억이 녹아있는 시카고에 함께 갔던 것도, 연애 전 함께 가려다 못 갔던 보스턴에 크리스마스를 맞아 갔던 것도, 균형이의 생일을 맞아 최근 다녀온 뉴욕도. 그리고 당연히, 뉴헤이븐에서 함께한 많은 순간들도 떠오른다. 연애 첫날 어색함이 묻은 채 베이글을 픽업해 Science hill에 올라 함께했던 점심은 물론이고, 학교 안 작은 정원에서 처음으로 함께 사진을 찍은 것도, 균형이네 학과 Social event에 입구까지 갔던 것도, 균형이가 수학과 Social event에 와서 내 친구들을 인사시켜준 것도, 첫 톡에 깜짝 등장한 균형이와 그날 fancy한 저녁을 먹은 것도, 함께 핼러윈을 보낸 것도, 해변가 푸드트럭에서 멕시칸 음식을 주문해 근처에서 바다를 보며 먹은 것도, 자주 방문하는 카페나 식당에서 기억되는 것도, 함께 운동을 한 것도, 함께 마블 정주행을 한 것도, 그리고 방금 블로그에 글 쓰다 들킨 것도,,,
연애 전 카톡을 주고받던걸 함께 봤는데, 새삼 그때 생각도 나면서 참 뭐랄까 멜로드라마 볼 때 드는 그런 묘한 기분이 들었다. 크크,,,
첫 두세 달 정도는 한없이 깊어지는 감정이나 종종 확 벅차오르는 감정들이 너무 낯설고 주체가 되지 않아 많이 울기도 했다. 함께하다 보면 아직도 감정은 점점 깊어지고, 벅차오르는 순간들도 정말 많지만 그래도 그때의 낯선 감정들이 다 자리를 잡아 제자리에서 깊어져 가는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말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들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깊은 감정이 들게 한다.
나의 많은 부분이 소중한 사람으로 채워진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여러모로 부족한 나를 곁에서 믿고 함께하는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것에 앞으로의 시간들이 설렘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