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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Like a dream come true

지난 번 짧게나마 기록해둔 근황에 몇마디 더 붙여본다. 지난 글에서는 요즘 있었던 일들 위주로 써내려갔던 것 같은데, 이번엔 요즘 드는 생각이나 감정 위주로 기록해볼까 한다.

뉴헤이븐에 온지 두달하고 조금 더 지났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길고 풍성하게 다가온다. 다양한 일들이 있었고, 꽤나 많은 감정과 생각이 스쳐지나가던/혹은 머무르던 기간이었다. 이 맥락에선 어색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괜시리 multidimensional하다는 표현을 사용해보고 싶은 지금이다.

사실 미국에 몇번 와봤고, 꽤 길게 있었던 적도 있기는 했지만 뉴헤이븐은 정말 처음이다. 물론, 박사과정이라는 것도 처음이기도 하다. 낯설고 어색한 것이 당연해보일듯한 내 생활도, 처음엔 진짜로 낯설고 어색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미국에서 계좌를 만드는것도, 미국에서 운전하는것도, 셀프 코로나 검사도, 이것저것 낯설음 투성이었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어느 시점에서부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은 안정을 찾았고, 마치 단순히 유학을 나왔다는 것 보다는, 새로운 곳에서 그저 삶을 새로 시작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마치 뉴헤이븐이 고향이 된듯한, 그런 기분이다. 뉴헤이븐 시내, 학교 주변 뿐만 아니라 근처 동네들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출근해서 일하다가 가끔 산책도 하고 퇴근해서 운동도 하고 저녁도 먹고 다시 일도 하거나 휴식을 취하기도 하는, 그런 일상도 어느샌가 자리를 잡은 듯 하다. 마냥 치열하게만 살았던 학부 막바지때보다 일도 잘 되는 것 같고, 전반적으로 삶이 건강해졌음을 느끼고 있다.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는것도, 친구들을 만나는것도, 연구를 하고 디스커션을 하는것도, 하나하나 모두 내 삶을 풍성하게 채우고있는 듯 하다.

요즘 듣는 노래 가사중에 like a dream come true라는 구절이 있는데, 요즘 내가 느끼는 감정이 잘 짚어진 듯 하다. 삶에서 위같은 감정이 들어선 초반에는 마냥 꿈만같고, 이게 진짜 내 일상인가 싶었다. 요즘은 정말 이런 꿈같은 일이 나에게 현실로 다가왔음을 느끼고 있다. 이게 정말 내가 겪고있는 일상이고, 내일도 모레도 이럴 것이라는 직감이 든다. 앞으로의 시간들과 내가 구성해나갈 일상과 삶이 설레고 기대된다. 백색의 아침을 맞으며 하루를 시작하는것이 즐겁고, 무얼 상상하든 내일은 더 나은 하루가 될 것 같은 자신감과 기대감이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한다.

도대체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이런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된 걸까. 이제는 도무지 감사하다는 말로 채워지지 않는, 벅차오르는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매일같이 생각해보고는 한다. 때로는 축복받았다는 말이 하고싶기도 한데, 이마저도 북받치는 이 감정을 잘 담아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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