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크리스마스 여행

오랜만에 티스토리에 글을 쓴다. 근래에 논문 관련해서 두 포스팅을 하긴 했지만, 글이라기보다는 뉴스 업데이트 느낌이라, 정말 오래간만에 글을 쓰는 느낌이다.

2022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라면 한움쿰 집어삼키듯 시간이 흘렀다. 제목은 크리스마스 여행이라 지었지만 일단 올해 얘기나 좀 해본다.

봄학기는 퀄 통과 후 첫 학기였다. 공식적으로 지도교수님도 생겼고, 감사하게도 정말 많이 배우면서 연구할 수 있었다. (써놓고 보니 공부할 건 한참 많이 남았는데 좀 부끄럽다.) 고민해보고 싶던 고민도 하고, 학기 막바지엔 컨퍼런스도 많이 다녔다.

여름엔 미국에서 여유롭게 공부하며 보내다가 한국에 3주정도 머물렀다. 고등과학원에서 논문도 마무리하고, 균형이와 양가에 인사도 드렸다. 또 이번에 속초 본가가 이사를 했다. 주택을 설계하고 지었는데, 다행히 내가 미국으로 돌아오기 일주일 전쯤 완공되고 이사도 하여 다녀올 수 있었다. 3층 주택인데, 3층은 내 공간이라고 들었는데 가보니 조카들 장난감 잔뜩이었다. 한국 나이로 5, 7, 9살인 조카들이 제일 신나 보였다. 하긴 이제 아파트가 아니니 맘껏 뛰놀고 소리 지르며 깔깔댈 수 있을 테니 좋을 것 같다. 미국에 와서는 이사도 했다! 3월에 계약한 one-bed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집이 너무 마음에 들고 좋다.

가을학기는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냈다. 여러모로 맡은 일이 많기도 했다. 그래도 새 집에서 요리도 많이 해 먹고, 집들이도 했다. 이번학기에 Teaching requirement의 일환으로 Multivariable calculus coach도 하였다. 처음엔 좀 긴장도 했는데 그래도 잘 마무리한 것 같다. 아, 그리고 테니스도 최근에 미국 와서 다시 치기 시작했다. 자세한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이제 올해 막바지였던 크리스마스 여행 이야기를 좀 풀어본다.

올해도 균형이와 보스턴에 다녀왔다. 작년 크리스마스때도 보스턴에 다녀왔는데, 그때는 첫날 빼고 날씨도 안좋고 무엇보다 몸이 좋지 않아서 (...) 호텔에서 푹 쉬었다. 올해는 조금 춥긴 했지만 날씨도 좋고 코로나에도 안걸린 것 같아 잘 다녔다!

우리는 24일, 우리는 작년에 산 어글리 스웨터를 입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보스턴으로 향하는 열차를 탔다. 2시 3분 기차라, 1시 55분쯤 도착했는데 우리가 타려던 기차가 3 Hours late이라고 떠있었다. 한파의 영향인 것 같았다. 안그래도 전날 중서부 지역은 열차 운행이 모두 중단되었다고 하여서 걱정을 좀 했는데, 워싱턴 DC에서 뉴헤이븐으로 오는 길에도 영향이 좀 있었던 것 같다.

3시간 연착,,,

다행인지, 오전 11시 47분에 출발할 예정이었던 기차도 3시간 연착이라, 우리 기차 티켓을 해당 열차 티켓으로 바꿀 수 있는지 확인했더니 바꿀 수 있었다! 덕분에 오후 2시 40분쯤 기차를 탈 수 있었고, 우리는 보스턴에 예상했던 시간 즈음에 도착했다. 첫날 저녁에 도착했기에, 우리는 체크인 후 저녁을 먹으러 Somerville 쪽으로 갔다. 그곳에 북경반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 간짜장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우리는 Area four 라는 곳에서 커피 한잔 맥주 한잔 할까 했는데, 갔더니 닫혀있어서 그 옆에 MEX라는 곳에 갔다. 디저트에 마가리타 한잔씩 하고, 호텔로 돌아와 푹 쉬었다.

크리스마스 당일이 왔다! 균형이와 함께 보내는 두 번째 크리스마스다.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일어났다. 근처 카페에서 간단히 아침 겸 커피 한잔 하고, Quincy market에서 점심을, 그리고 오후엔 Snow port Christmas market에 가서 구경도 하고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도 타고, 그리고 예약해둔 Christmas dinner에 갈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근처에 연 카페를 찾을 수 없었다. 호텔 바로 옆 Prudential center가 오전 11시에 연다고 하여서 가봤는데, 건물만 열렸고 안에 있는 시설들은 모두 닫혀있었다. 그렇게 나와서 Newbury 쪽으로 향하던 중 Dunkin이 열려있는 것을 발견했고, 들어갔다. 역시나 같은 발걸음을 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우리는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었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었다. 나는 얼죽아인가?

Quincy 마켓으로 향했다. 구글 지도에서 12시에 연다고 하여서 맞춰서 갔는데,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닫는다고 한다. 그래도 근처에 Christmas market이 열어서 구경도 좀 하고, 앞에 공룡이 있어서 사진도 찍었다.

공룡, 그리고 나

(균형이와 함께 찍은 예쁜 사진들도 엄청 많은데, 뭔가 내 블로그가 많은 랜덤한 사람들한테 보여지는 것 같아 올리지는 않겠다.)

그리고 우리는 Snow port로 갔다. 우버에서 내리는데 아이스링크 처럼 생긴 곳에 얼음이 없어서 당황했는데, 다행히 그곳은 주차장이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크리스마스와 그다음 날엔 닫는다고 한다,,, 운영 기간이 11월 - 12월 이런 식으로 쓰여있어서 당연히 열 줄 알았다...

이런,,,

아쉬움은 뒤로 한 채, 우리는 운영중인 CVS를 발견하여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스케치북(?)과 크레용을 샀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오기 전 Newbury에서 라멘과 크랩 랑군을 먹고, Newbury 구경도 하면서 호텔로 돌아왔다. 그러던 중 엄-청 크리스마스스러운 초콜렛샵이 있어서 혹시나 해서 문 앞에 가보았다. 그리고 문을 열어보았는데 놀랍게도 열렸다. 세 번의 문닫음 앞에 놓였던 우리로서는 열려진 문이 당혹스러웠지만, 들어갔다. 그리고 초콜렛을 샀다! 스위스 초콜렛을 파는 곳으로 보였는데, 정말 크리스마스스러운 곳이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초콜렛을 샀다. 나는 핑크후추맛 초콜렛을 골랐는데 ㄹㅇ 맛있다.

아무튼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 크리스마스 포스터(?)를 그리기 시작했다. 계획에서는 조금 많이 벗어나게 되었지만, 엄청 재미있었다. 왼쪽은 균형이가, 오른쪽은 내가 만들었고, 가운데는 함께 트리를 꾸몄다 ㅎㅎ

그리고 우리는 예약해둔 크리스마스 디너를 먹으러 갔다! Langham이라는 호텔에 있는, Grana 라는 곳이었다. 원래 디너 운영을 안하는 곳이었지만, 크리스마스 디너만 스페셜로 하는 듯 했다.

동영상으로도 남겨보았다

식당이 엄-청 예뻤다. 그리고 산타 복장을 입으신 분께서 테이블마다 함께 사진을 찍어 주셔서, 우리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 폴라로이드로 찍어주셔서 사진도 받았고, 선물도 함께 받았다. 아래는 음식과 디저트. 애피타이저로 샐러드와 슾도 있었고, 디저트는 뷔페식이었다. 음식 하나하나에서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엄청 잘 느껴졌다. 

저녁을 다 먹고 우리는 호텔 바에서 샴페인 한잔 더 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26일, 뉴헤이븐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우리는 다시 Prudential center로 가서 아침을 먹었다. 크리스마스때와는 사뭇 다른 북적거림이었다. Prudential center에 있는 Blue bottle coffee에서 커피와 와플을 시켰다. 아니 그런데, 주문 이후 와플 반죽을 직접 틀에 넣어 구우시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너무 놀랐고 저 와플은 틀림없이 맛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 틀림이 없었다. 너무 맛있었다!

콜드 브루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리고 맛있는 와플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는 것은 늘 새롭고 즐겁다. 아침을 먹고 우리는 쇼핑을 좀 했다. Newbury로 가서 Zara 구경도 하고, 나는 장갑을 균형이는 니트를 하나 샀다. 예쁜 니트였다, 균형이와 잘 어울린다. 그리고 다시 Quincy 마켓으로 갔다. 보스턴에 왔으니 랍스터 롤이랑 클램 차우다 하나 먹고 가야지. 우리는 늘 그래왔듯 하나씩 시켜서 맛있게 잘 먹었다.

그리고 또 근처를 둘러보고, Samuel Adams taproom에 갔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도 왔던 곳이다 ㅎㅎ Samuel Adams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 분이다. Taproom 앞에는 이렇게 Samuel Adams 동상이 있다.

맥주를 마시고, 우리는 예약해둔 방탈출을 하러 갔다! Trapology Boston이라고, 꽤 큰 방탈출 업체인 것 같다. The Institute라는 테마를 했는데, 끝까지 거의 다 갔지만 아쉽게 탈출하지는 못했다. 그치만 재미있었다! 테마도 새로웠고, 여러모로 신선했다.

방탈출 후에는 Naksan BBQ라는, 보스턴에 새로 생긴 한국식 고깃집에 갔다. 여러모로 한국 느낌이 많이 나는 곳이었고, 맛있게 잘 먹었다! 봄에 보스턴에 왔을 때 만났던, MIT에서 확률론 박사를 받은 학부 선배 형의 추천으로 다녀왔다.

저녁을 다 먹으니 6시 30분쯤이 되었다. 기차는 9시 30분이라, 우리는 볼링장으로 향했다! Lucky Strike라는 곳인데, 오락실도 같이 있다. 뉴헤이븐에서는 근처 Milford에 볼링장 + 오락실이 있어서 다녀와봤는데, 여기는 오락실과 볼링장이 별도의 층으로 되어있다. 엄-청 컸다. 볼링장에 먼저 갔는데 빈 레인이 없어서 예약을 걸어두고 오락실로 갔다. 게임도 재밌게 잘했다! 사실 볼링장에서 한 시간 반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못하려나 했는데, 다행히 일찍 우리 차례가 와서 세 게임이나 했다. 마지막 게임은 좀 급하게 했는데, 오랜만이라 그런지 마지막 게임을 우리 둘 다 제일 잘했다. 볼링 후 역으로 가기 전에 우리는 오락실에 다시 들러서 인형 뽑기도 잔뜩 했다. 오락실 크레딧이 남아서 다 쓰느라 와장창 했다. 하나도 뽑진 못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아, 그리고 Four begger를 했다! 연속으로 스트라이크를 4번 하는 것이다. 중학생 때 이후로 처음인데, 그땐 내 공 + 내 신발로 해서 장비빨 좀 많이 받았지만, 볼링장에서 빌린 공과 신발로는 처음인 것 같다. 균형이가 정말 잘 찍어줬다!!!

Thank you 균형 🧡

그리고 우리는 기차를 잘 타고 뉴헤이븐 집으로 잘 돌아왔다. 정말 재밌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여행이었다!

블로그를 처음 만들 때, 일상 카테고리와 유학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었다. 물론 일상 카테고리 안에는 여러 가지 잡생각이나 음식 사진을 넣고, 유학 카테고리 안에는 유학 준비 과정 등을 포함할 계획이기도 했지만, 나에게 일상과 유학은 다른 개념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새부터인가 지금 유학을 와있다는 생각보다는, 나는 이곳에서 공부를 하고 일상을 보낸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보스턴에서 쇼핑 중 들었던 어디서 왔냐는 질문에 대해, We're from New Haven이라고 답했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의 일상에 큰 안정감을 느낀다. 많은 것이 편안하고, 온전하다는 느낌을 계속해서 받는다. 유학을 나오며 느꼈던 불안감은 다 날아간 채, 하루하루를 차분히 보내고 있다. 감사하게도 균형이를 비롯하여, 주변의 많은 분들께서 도와주신 덕분이다. 아침에 일어나 (이제 운동도 다시 꾸준히 해야지,,,) 커피 한잔씩 내려 균형이와 아침도 먹고, 학교에서 점심도 먹고. 하고 싶은 연구도, 생각도 집중해 할 수 있고, 저녁엔 균형이와 함께 집에 와 도란도란 맛있는 저녁도 차려 먹는 일상 속에서 나는 온전하다. 내가 어떻게 균형이를 만나 이런 일상을 함께할 수 있게 되었을까. 서로의 포근한 품에서 참으로 감사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