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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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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크리스마스 여행 오랜만에 티스토리에 글을 쓴다. 근래에 논문 관련해서 두 포스팅을 하긴 했지만, 글이라기보다는 뉴스 업데이트 느낌이라, 정말 오래간만에 글을 쓰는 느낌이다. 2022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라면 한움쿰 집어삼키듯 시간이 흘렀다. 제목은 크리스마스 여행이라 지었지만 일단 올해 얘기나 좀 해본다. 봄학기는 퀄 통과 후 첫 학기였다. 공식적으로 지도교수님도 생겼고, 감사하게도 정말 많이 배우면서 연구할 수 있었다. (써놓고 보니 공부할 건 한참 많이 남았는데 좀 부끄럽다.) 고민해보고 싶던 고민도 하고, 학기 막바지엔 컨퍼런스도 많이 다녔다. 여름엔 미국에서 여유롭게 공부하며 보내다가 한국에 3주정도 머물렀다. 고등과학원에서 논문도 마무리하고, 균형이와 양가에 인사도 드렸다. 또 이번에 속초 본가가 이사를 했..
처음이 특별해지는 순간 오늘은 처음 와본 곳에 있다. 길을 가던 중 균형이가 "동률이랑 또 새로운 곳에 와보네"라고 했다. 처음 온 이곳이 특별해지는 순간이었다. 새로운 경험은 생각보다 자주 찾아오지만, 그것이 특별해지기 위해서는 새롭다는 것 이상의 요소가 필요한 것 같다. 당장에 처음이란 소재로 글을 쓰는 것도 처음인 것처럼 말이다. 작년 이맘때쯤인가, 처음으로 Blue Bottle에 가보았다. 왜 갔었는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아마 잠시 시간을 보낼 겸 커피 마시러 갔던 것 같다. 나에게 그렇게 특별한 경험은 아니었다. 어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 것은 정말 소중하다. 그 자체로도, 그리고 뉴 헤이븐에서 처음으로 마셨던, 소중함이 가득 담긴 스타벅스 커피를 상기시킨다는 점에서도 그 특별함을 찾을 수 있다. 이렇든 처음이라는..
반년 정말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기 시작한 지 정확히 반년이 되었다. 한 해중 보낸 시간이, 그 해 남은 시간보다 많아지기 시작하는 날이다. 반년 전 그날처럼, 우리는 근처 치킨집에서 치킨과 감자튀김, 만두를 포장해 맥주와 함께 먹었다. 그날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솔직히 고백하였다. 오늘은 지난날을 돌아보았다. 많은 시간을 함께한 덕인지 반년동안 참 많은 순간들이 떠오른다. 함께했던 첫 뉴욕 여행도, 균형이의 추억이 녹아있는 시카고에 함께 갔던 것도, 연애 전 함께 가려다 못 갔던 보스턴에 크리스마스를 맞아 갔던 것도, 균형이의 생일을 맞아 최근 다녀온 뉴욕도. 그리고 당연히, 뉴헤이븐에서 함께한 많은 순간들도 떠오른다. 연애 첫날 어색함이 묻은 채 베이글을 픽업해 Science hill에 올라 함께했던 점심은..
나같은 사람이 수학에 무슨 기여를 할 수 있을까요? Bill Thurston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수학자 중 한 명이다. Mathoverflow에 "나 같은 사람이 수학에 무슨 기여를 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올라왔고, Bill Thurston의 이에 대한 답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 중 하나이다. 평소에 틈틈이 반복해서 읽어보기도 하고, 공부나 연구하다 턱 막혀 밝지만은 않은 생각이 들 때도 읽어보고는 한다. 꼭 수학이 아니더라도 공부나 연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공부하다 딴짓도 좀 하고 싶기도 하고 마침 생각도 나서, 글 말미에 번역을 남겨본다. https://mathoverflow.net/questions/43690/whats-a-mathematician-to-do What's a mathemat..
2021 날짜에 걸맞게 진부한 제목으로 포스팅을 시작한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는 오늘 12월 31일, 그러니까 올해 마지막 날이다. 한 해를 돌아보니 미국에 오기 전은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박사 입시를 마쳐서 Yale에 오게 되었고, 그 이후엔 출국 준비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정말 오랜만에 가족들과 오랜 시간 일상을 함께 보내기도 했다. 8월 초 미국에 도착해서 몇주간은 편하지만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스트레스받는 일도 있었고, 무엇보다 혼자 방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보니 연구하는 것도 썩 즐겁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몇몇 교수님들을 만나 뵙고 나니 다시 잘 시작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나는 사람들하고 생각 나누면서 연구하는 것이 잘 맞나 보다. 9월을 기점으로 내 삶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여기에 담기엔..
온다. 미국에서 첫눈은 시카고에서 여자친구랑 봤다.
정의 최근 지도교수님과 식사를 하던 중 교수님께서 아래의 구절을 인용하셨다. Statement is more important than its proof. Definition is more important than everything 수학적인 맥락에서 하신 말씀인데, 결국 어떤 명제에 대한 증명 자체보다는 그 명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고, 그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옳은 정의를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옳은 정의를 하는 것"이라는 표현이 낯설게 들릴 수 있는데, 수학에서 무언가를 정의해야 하는 경우는 굉장히 많고, 그때마다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사고하고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류의 질문, 즉 무언가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Like a dream come true 지난 번 짧게나마 기록해둔 근황에 몇마디 더 붙여본다. 지난 글에서는 요즘 있었던 일들 위주로 써내려갔던 것 같은데, 이번엔 요즘 드는 생각이나 감정 위주로 기록해볼까 한다. 뉴헤이븐에 온지 두달하고 조금 더 지났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길고 풍성하게 다가온다. 다양한 일들이 있었고, 꽤나 많은 감정과 생각이 스쳐지나가던/혹은 머무르던 기간이었다. 이 맥락에선 어색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괜시리 multidimensional하다는 표현을 사용해보고 싶은 지금이다. 사실 미국에 몇번 와봤고, 꽤 길게 있었던 적도 있기는 했지만 뉴헤이븐은 정말 처음이다. 물론, 박사과정이라는 것도 처음이기도 하다. 낯설고 어색한 것이 당연해보일듯한 내 생활도, 처음엔 진짜로 낯설고 어색한 것이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