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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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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깨달은 나에 대한 몇 가지 -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냉정하다. 사실 이 이야기를 나 스스로 깨달은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고, 그 이후에 스스로 되뇌면서 그때그때의 행동에서 냉정함이 묻어 나올만한 여지는 충분히 있었음을 느끼고 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나는 누군가 말을 하면 최대한 그 말 안에서 해석하고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고, 그렇기에 스스로도 타인에게 직설적이게 된다. 나는 웬만한 대화는 스스로 되풀이하며 복기하고, 그 과정에서 혹여나 내가 의도하지 않은 의미로 대화가 흘러가지는 않았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최소한의 여지를 없애고자 점점 직설적인 전달을 추구하게 된다. - 위의 내용과 결을 공유하는 내용인데,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 선을 긋..
수학이라는 가치 15년 정도 되어가는 친구가 있다. 초등학생 때 알게 되었고, 같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녔다. 어떤 주제의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대화를 하다 보면 안정감이 드는, 그런 친구다. 출국 전, 그 친구와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사과정과 그 이후에 대해서, 연구와 진로에 대해서였다. 친구는 나에게 아래와 같이 말했다. 수학은 네게 있어 하나의 가치처럼 보인단 말이지 와닿는 말이었다. 나는 수학이 좋다. 수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묵묵히 이를 생각하며 사람들과 사고를 공유하는 것이 좋다. 생각해보면 내가 수학을 함으로써 또 다른 가치를 실현하거나, 추구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수학을 해서 어떤 직업을 가져야겠다던가, 혹은 수학을 해서 부자가 되어야겠다던가. 또, 수학을 해서 자연의 ..
속초 떠나기 전 내일이면 속초를 떠난다. 출국은 3일 후이긴 한데, 내일 서울에서 출국을 위한 COVID-19 검사를 하고, 모레 검사지를 수령하여 목요일에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물론 겸사겸사 사람들도 만나고. 언제부턴가 멍하니 바다를 보거나 설설 걷는 것이 좋아졌다. 머리를 비우기 위해 그럴 때도 있고, 아련히 무언가 생각하기 위해 그럴 때도 있다. 속초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바다를 보러 나왔다. Yale은 미국 북동부에 있어서, 당분간 볼 바다는 대서양이다. 마음이 단순하지 않다.
일과 삶 멀게만 느껴졌던 박사과정의 시작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떠날 때가 되니 생각도 많아지고, 왜 이런 고민이 이제야 들까 하는 것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장의 나의 행동에 큰 변화를 가져오진 않을 테지만, 앞으로의 내 삶의 자세나 계획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최근에는 오후 5~6시쯤 하던 일을 멈추고 저녁을 먹고 산책도 하고 친구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나름 진지한 이야기까지도 하고 술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경험을 더러 했다. 썩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 이런 하루는 나에겐 생소했다. 유학 준비를 같이 해서 이번에 같이 출국하는 대학 친구와 산책하며 아래의 사진을 찍었다. 삼성역 즈음에서 출발해서 한강 따라 좀 걸었는데, 약간 샌프란 느낌도 나는 것이,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동네가 될..
교사의 권력적 폭력 오늘 초등학생을 폭행한 교사에게 실형이 선고된 아래의 기사를 보았다. 놀라웠다. 저 교사의 행위가 놀라운 것보단 이제 저런 문제들이 다루어지고 기사화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방향이 놀라웠다. 기사에서처럼 초등학생에게 저 정도의 폭력을 가하는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중학생 때는 나무 막대기에 절연테이프나 청테이프를 칭칭 감은 몽둥이를 들고 다니는 교사는 흔히 보였다. 그것으로 허벅지나 발바닥을 때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심지어 내가 중학교 2~3학년 때만 해도 "학생들에 대한 체벌 금지" 같은 법안인가를 도입하는 것이 고려되었을 때인데, "정말 체벌이 없어도 될까?"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열띈 토론의 주제였다. 나는 중학생 때 강원도내 아동들의 권리 증진을 위한 콘퍼런스 등에 일종의 의..
오랜만에 칠판 앞 디스커션 오늘 오랜만에 칠판에 그림을 그려가며 연구 디스커션을 했다. 작년 봄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대부분의 미팅은 zoom으로 진행되었다. 점차 대면 미팅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예전만큼은 아니었고, 더욱이 미국 위스콘신 대학 교수님과도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었기에 zoom으로 미팅을 하는 것은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요즘도 미국에 계신 교수님과 KAIST에서 지도해주시던 교수님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대부분의 미팅은 zoom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칠판에 복잡한 그림을 그리고 함께 보면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은 것이 있어, KAIST에 계신 교수님과 오랜만에 대면 미팅을 가졌다. 물론 아직 마스크도 다 쓰고 해야 하지만, 그래도 함께 칠판 앞에서 생각을 꾸준히 나누고 교류하니 너..
나는 어쩌다 위상수학을 공부하게 되었을까 학부도 마치고, 이제 곧 떠날 때가 되니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범주가 넓어졌다. 최근에는 수학을 전공하는 학부 20학번 후배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하여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학부 15학번인데, 나도 1~2학년 때 수학박사 유학을 앞둔 11학번 형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랬어서, 여러모로 옛날 생각도 나고 좋았다. 저맘때쯤의 내가 가졌던 고민이나 생각, 계획도 접했기에 나를 돌아보게 되기도 했고, 또 내가 저때 가졌다면 좋았을 텐데 싶은 모습들도 접하니 응원하고픈 마음도 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나를 돌아보다 보니, 새삼 나는 어쩌다 위상수학을 (앞으로도) 공부하게 되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학부 2학년이 되면서, 학부 2~4학년 과목들을 두루두루 듣게 되었다. 그렇다보니 ..
KAIST 수리과학과 소식지 출판 지난 포스팅 (https://dongryul.tistory.com/26) 에서 이야기했던 원고가 KAIST 수리과학과 소식지로 출판되었다. 수기 1면 (소식지 4면) 수기 2면 (소식지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