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정도 되어가는 친구가 있다. 초등학생 때 알게 되었고, 같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녔다. 어떤 주제의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대화를 하다 보면 안정감이 드는, 그런 친구다.
출국 전, 그 친구와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사과정과 그 이후에 대해서, 연구와 진로에 대해서였다. 친구는 나에게 아래와 같이 말했다.
수학은 네게 있어 하나의 가치처럼 보인단 말이지
와닿는 말이었다. 나는 수학이 좋다. 수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묵묵히 이를 생각하며 사람들과 사고를 공유하는 것이 좋다. 생각해보면 내가 수학을 함으로써 또 다른 가치를 실현하거나, 추구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수학을 해서 어떤 직업을 가져야겠다던가, 혹은 수학을 해서 부자가 되어야겠다던가. 또, 수학을 해서 자연의 비밀을 밝히겠다는 생각도, 혹은 진리를 밝히겠다던가. 인간 사고의 지평을 넓히겠다던가 등, 무언가를 생각해보진 않았던 것 같다. 그저 내가 수학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희열과 재미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사실 살면서 큰 진로고민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지난달에 큰 자극이 있긴 했지만, 그건 고민보단 걱정에 가까웠다.) 어떤 일을 하든 그것이 수학이라면 크게 상관없어했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수학하는 삶"을 꿈꾸고 동경해왔고, 그것이 어떤 형태로 내 생활에 투영되는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직 현실적인 문제는 크게 겪어보지 않은 어린 나이라 할 수 있는 생각일수도 있다. 아직 낭만과 야망에 심취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렴 어떨까, 나는 이렇게 사는 게 아직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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