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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유학생활

박사 자격시험을 봤다. (Qualifying Exam)

Yale에서의 첫 학기가 끝나고, 최근에 퀄(Qual)이라고 불리는, 박사 자격시험(Qualifying Exam)을 봤다.

퀄은 박사과정 학생이라면 (아마도) 학과, 학교에 무관하게 꼭 통과해야 하는 시험인데, 학교, 학과마다 퀄을 보는 시기나 방법이 다양하다. 수학과의 경우 크게 아래의 유형으로 나뉘는 것 같다.

  • 특정 과목 필기시험
  • 특정 과목 구두시험
  • 지도교수 혹은 committee와 조율하여 논문 리뷰 발표 혹은 구두시험

Yale의 경우 첫 번째 방식으로 퀄을 본다. 내가 알기로 Harvard도 첫 번째 방식으로 퀄을 보고, Caltech은 두 번째 방식, MIT와 UChicago는 세 번째 방식으로 퀄을 본다. 나는 필기시험에 약한 편이라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결과와 무관하게 조용히 앉아서 정해진 시간 동안 문제 푸는 것은 꽤 큰 스트레스이다. 일부 학교는 (아마 Caltech이 그랬던 것 같다) 또, 필수로 수업을 들어야하는 몇몇 과목들을 지정한 후 퀄을 수업듣기 전에 통과하면 수업을 면제시켜주거나 하는 것 같다. Yale은 필수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 과목은 없어서 해당되지는 않았다.

Yale은 Analysis, Algebra, Algebraic Topology 총 세 과목을 시험보고, 4학기가 끝나기 전 세 과목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각 과목별로 시험은 따로 진행되는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Algebraic Topology 퀄은 가을학기 Algebraic Topology 과목 기말고사와 함께 진행되는 것이다. Analysis와 Algebra는 매 학기 퀄을 볼 수 있다.

나는 이번에 세 과목 퀄을 모두 봤다. 뭐 준비가 된것 같아서 본건 아니고, 일단 기회가 있으니 한번 봐 봤다. 이번에 Algebraic Topology 과목을 수강하진 않았어서, 퀄 응시를 위해 따로 이메일을 보내서 시험만 볼 수 있도록 했다. 매번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엔 각 과목별로 4시간씩 시험을 봤다. 아래는 각 과목별 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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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ysis는 12월 13일, 월요일에 봤다. Analysis는 Measure Theory, Complex Analysis, Functional Analysis, Harmonic Analysis 전반에 걸쳐 출제되는데, 범위가 넓고 테크닉도 다양해서 걱정을 가장 많이 한 과목이다. 8문제가 나왔는데, 그래도 다행히 문제가 쉽게 나와서 다 풀기는 했다.

Complex Analysis를 사용하여 푸는 적분 문제가 하나 나왔는데, contour를 어떻게 잡아야하는지 까먹어서 어떡하지... 하다가 Measure theory 테크닉이 떠올라서 다행히 해결했다. $\int_{-\infty}^{\infty} \frac{\sin x}{x} dx$를 계산하는 문제였는데, 끝나고 친구한테 물어보니 원점에서 뽈록 한 half-circle contour를 잡으면 된다고 한다. 나는 $$\int_{-\infty}^{\infty} \frac{\sin x}{x} dx = \int_{-\infty}^{\infty} \int_{0}^{\infty} e^{-tx} \sin x dt dx$$에 Fubini theorem을 적용하여 풀었다. 다행히 K-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부분 적분 계산을 좀 해본 덕에 $e^{-tx} \sin x$를 계산할 수 있었다...

이 문제 말고도, $g \ge 0$ with $\int_{\mathbb{T} = \mathbb{R}/\mathbb{Z}} g(x) dm(x) = 1$에 대해 convolution operator $G : L^2(\mathbb{T}, dm) \to L^2(\mathbb{T}, dm)$ defined by $$G(f)(x) = \int_{\mathbb{T}} f(x-t)g(t) dm(t)$$가 operator norm 1이라는 것을 증명하라는 문제가 있었다. 나는 Hoelder inequality를 조금 복잡하게 사용해서 보였는데, 끝나고 친구가 Fourier transform을 사용하면 간단히 보일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는데, 재미있게 들었다. Fourier Analysis도 잘 알아두면 유용할 것 같다. 공부해야지..

Analysis 퀄은 통과한 것 같긴 한데, 아직 결과를 받진 못해서 좀 더 기다려야할 것 같다.

2022. 01. 04. update)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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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gebra는 12월 16일, 목요일에 봤다. Algebra는 Linear Algebra, Commutative Algebra, Fields and Galois Theory, Representations of finite groups 전반에 걸쳐 출제된다. Algebra는 학부 2학년 때, 그러니까 5년 전에 (...) 과목을 수강한 게 전부라 걱정을 많이 하긴 했는데, 다행히 instructor 교수님께서 office hour도 열어주시고 참고자료도 주셔서 잘 준비할 수 있었다. 시험문제는 5개가 출제되었고, 다 적기는 했는데 마지막 문제를 완전하게 적진 못했다. 마지막 문제는 두 문제로 나뉘는데, 아래와 같다.

  1. Let $M$ be a Noetherian module. If every submodule $N \subsetneq M$ is Artinian, then is true that $M$ is Artinian?
  2. Let $M$ be an Artinian module. If every submodule $N \subsetneq M$ is Noetherian, then is it true that $M$ is Noetherian?

1번은 어렵지 않게 증명을 떠올렸는데, 적고나니 $M$이 Noetherian일 필요가 없는 것 같아서 내가 뭔가 잘못했나 싶었다. 끝나고 다른 친구도 같은 생각을 했다고 얘기하는데, 마침 교수님께서 지나가셔서 여쭈어봤더니, "Symmetry..."하고 가셨다. (두 문제를 대칭인 문장으로 만들고자 하셨던 것 같다.) 2번 문제는 아닐 것 같긴 한데 구체적인 반례를 모르겠어서, 대충 어떻게 반례가 있을 수 있는지 설명하고 냈다.

Representation theory 문제로, 구체적으로 주어진 group of order 100의 irreducible representations 갯수와 각 dimension을 계산하는 문제가 있었다. 시험을 보고 나와서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내가 실수했단 것을 깨달았다. 답은 맞긴 했는데, four dimension 케이스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깜빡하고 안 보이고 넘어가버렸다. 어쩐지 풀이가 복잡하지 않더라니...

실수도 하고 해서 시험을 보고나서 걱정을 좀 했는데, 다행히 당일날 Pass 했다는 결과를 안내받았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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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gebraic Topology는 12월 21일, 화요일에 봤다. Algebraic Topology는 CW complexes, Fundamental groups and Covering spaces, Homology, Cohomology and duality theorems 전반에 걸쳐 출제된다. 사실 Algebraic Topology는 학부 4학년 때, 그니까 작년에 수업을 듣기도 했고, 그동안 geometric topology 연구도 해오고 했어서 꽤 자신만만해하고 있었다. 근데 막상 공부하려고 책을 펴니까 윽 까먹었네 싶어서 걱정도 좀 하긴 했는데, 그래도 컴팩트하게 잘 준비한 것 같다.

$\mathbb{R}\mathrm{P}^2 \vee \mathbb{R}\mathrm{P}^2$의 connected cover를 모두 찾으라는 문제가 있었는데, 완전히 다 적지는 못하고 냈다. 이런 문제 싫다...

$H^*(\mathbb{C}\mathrm{P}^n)$과 $H^*(\mathbb{C}\mathrm{P}^{\infty})$의 ring structure를 구하라는 문제도 있었는데, Poincare duality의 corollary 중 하나를 잘 쓰면 좀 간단하게 보일 수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솔직히 막 exciting한 문제는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Algebraic Topology도 통과한 것 같긴 한데, 1월 중순쯤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2022. 01. 10. update) 통과했다!!! Passed with honors라고 하셔서 좀 더 뿌듯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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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학기에 퀄을 모두 통과했으면 좋겠다. 일단 당분간은 읽어야지~ 하고 있던 논문도 읽으면서 이것저것 생각해보고, 몇 가지 질문들을 떠올려보려고 한다. 퀄을 모두 통과하게 되면 지도교수도 정하고, 그 질문들 가지고 찾아뵈어서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다.

어제저녁 6시에 퀄이 끝났는데, 여자친구가 celebrate 해주었다. Villa lulu라는 곳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여자친구가 전에 친구랑 갔다가 나랑도 가고 싶다고 했던 곳이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가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저녁을 먹고 우리가 자주 가던 Geronimo라는 바에 2차를 갔다! 고맙다!

Villa lulu에서 먹은 파스타와 와인. 여자친구는 랍스터 라비올리를, 나는 볼로네제 파스타를 골랐다. 전에 다른 곳에서 Super tuscan 와인을 마셨었는데 엄청 맛있었어서 이번에도 시켜보았다. Starter로는 steamers라는, 토마토 베이스의 조개찜을 먹었는데 엄청 맛있었다.
Geroni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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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1. 10. update) 이제 모든 과목을 통과했으니, 교수님께 지도를 부탁드렸다. 긍정적으로 회신 주시면 좋겠다! 시험을 모두 통과하니 후련하다. 이제 더 이상 시험은 없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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