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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유학생활

여름

여름만 되면 한 번쯤 생각나는 노래로 시작한다.

https://youtu.be/qg23pdPmGzk?t=31 

 

박사과정을 시작하고 첫 여름이다.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 마지막 글을 남긴 지 몇 달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확인해보니 4월 초가 가장 최근 글이다. 그전에 꽤 자주 썼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간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갔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체감 시간이 빠른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요즘 날도 따뜻하고 좋다. 여름에 어떻게 지냈는지, 그리고 남은 여름 어떻게 보낼 건지/보내고 싶은지 간략히 적어본다.

학기는 5월 초에 끝났다. 사실 듣는 수업이 로드가 거의 없어서 학기가 끝난 것이 잘 실감이 나지는 않았다. 다만 별로 좋아하지 않던 영어 수업이 끝이 나서, 그건 참 좋다. TA를 하려면 원래 다음 학기에도 하나 들어야 하는데, 어찌어찌해서 얼마 전 TA 자격시험 같은 것을 일찍이 봐서 통과했다. 학과에선 그래도 그냥 들으라고 하지만, 안들을거다. 후련하다. 이제 정말 나한테 소중한 부분에 집중해야지.

Shell & Bones라고, 차를 타고 15분 정도 가면 바다 바로 앞에 꽤 좋은 레스토랑이 있다. 날씨도 좋고 주말 겸 해서 균형이와 다녀왔다. 저날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아,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다 하는 날이었다. 기념으로 균형이가 찍어준 사진 하나 남겨본다. 균형이와는 두 번째 방문인데, 랍스터 롤과 버거를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푸릇푸릇한 날씨와 배경에, 푸르게 옷을 입은 우리의 모습이 너무 좋았고, 기분도 참 좋았다. 밥을 먹고 동네를 산책했다. 다음에 날씨 좋을 때 또 함께 가고 싶다.

수많은 사진 중 한 컷

균형이와 학교 근처에서 크레페도 먹었다. 처음 갔을 때 균형이와도 함께 오고 싶단 생각이 들었는데, 머지않아 함께 왔다. 균형이도 좋아하는 것 같아서 나도 좋았다. 균형이와 새로운 장소에 가는 것도, 내가 먼저 갔던 곳에 함께 다시 오는 것도, 균형이가 먼저 갔던 곳에 함께 다시 가는 것도 모두 너무 좋다. 나는 훈제 연어가 들어간 크레페를 시켰고, 균형이는 크랜베리 크레페를 시켰다. 둘 다 맛있었다. 몇 년 만에 카푸치노도 마셨다!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내가 그리진 않았지만, 언젠가 한번쯤 그려볼 수 있을 것도 같다. 크레페를 먹었을 때 뭔가 익숙한 맛이 났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메밀전과 맛이 비슷했다. 혹시나 했는데, 균형이가 저 크레페에 들어간 밀이 메밀인걸 찾아줬다! 

균형이의 시선에서 본 테이블이다.

6월엔 컨퍼런스 두개에 참석한다. 6월 11일부터 15일까지 시카고에서 Margulis birthday conference에 참석했다가, 15일에 보스턴에 가서 McMullen birthday conference에 참석할 예정이다. 수학에서는 교수가된 학생들이 지도교수님의 생신파티를 컨퍼런스 형태로 조직한다. (나는 다른 분야도 그런 줄 알았는데 수학 쪽의 독특한 문화인 것 같다.) Margulis는 내 지도교수님의 지도교수님이시고, 역사적인 수학자 중 한 분이다. 논문을 직접 읽어본 경험은 많지 않지만, 지금 Yale에 계시기도 하고, 우리 학과에 이 분야가 강해진 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셨다. McMullen은 내가 논문을 가장 많이 읽어본 수학자 중 한 분이다. McMullen의 논문을 읽다 보면 참 우아하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McMullen도 아주 훌륭하신 분이고, 개인적으로 (수학적으로) 존경하는 분이라 참석하게 되었다. McMullen과도 연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밖에 특별히 정해진 일정은 없다. 연구도 하고 공부도 하고, 휴식도 취하고 하면서 지내려고 한다. 지금이야 그냥 이렇게 적지만, 또 시간이 지나면 글로 우르르 쓰고있을것도 같다.

아직 날짜를 정하진 않았지만, 이번 여름에 한국에 잠깐 들어갈 계획이다. 지도교수님께서 KIAS에도 소속이 있으셔서, 나를 방문연구원으로 초대해 주셨다. 덕분에 서울에 거점을 두고 집도 가고 감사한 분들도 뵙고자 한다.

이번 여름이 지나면 박사 2년 차가 된다. 시간이야 계속 흐르지만, 연차가 바뀐다고 하니 긴장도 되고 한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아 앞으로의 시간도 빠르게 지나갈 것 같다. 빨리 가면 좋지~ 하면서 묵묵히 잘 성장하고 싶다. 항상 더 좋은 사람이고픈 마음이기에, 앞으로의 순간들도 소중히 여기며 감사히 살아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