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글에서도 이야기한 것 같은데, 나는 수학을 공부하고 있다. 나를 특정 세부분야에 가두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수학을 공부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조금 이상하니, 아래의 것에 집중해서 공부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는 한다.
- 기하 위상수학 및 저 차원 위상수학
- 위에서 등장하는 동역학계 및 확률론/해석학적 방법론
학부 3학년 초반부터 진지하게 고민을 좀 하였고, 4학년에 들어서면서 구체적인 프로젝트들을 제시하고, 진행해왔다. 네 편의 논문을 투고하고, 또 입시도 겪고 하다 보니 벌써 졸업이 코앞이다. 반면 대학원 입학은 8월이므로, 나에게는 약 반년 간의 자유(?) 시간이 있다.
사실 2월이 되기 무섭게 Yale에 합격을 했고, 사실 이미 마음은 New Haven에 가있어서 찐 자유시간 같다. 12월~1월에 마음조여하던 그 모습이 언제냐는듯이, 붕 떠있는 상황이다.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이제야 겨우 학자로서 성장하는 첫 단계에 진입하는 것이고, 지금의 내 태도가 나의 앞으로를 결정할 것 같다. 자유시간이라고 말을 했지만, 이 자유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하며 지내고 있다. 바쁜 와중에 틈틈이 비는 시간이야 잘 쓰면 좋은 거고 못 쓰면 어쩔 수 없지만 (잘과 못이 뭔진 모르겠지만) 자유시간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으니, 마음만은 자유롭지 못하다.
가장 간단한 해결책이 있기는 하다. 그저 그동안 못한 것과 앞으로 못할 것을 해보는 것이다. 요즘은 고정적으로 GYM에 가서 Personal Training을 받는다. 운동이야 꾸준히 하겠지만, 운동을 누군가에게 꼼꼼히 지도받는 것은 앞으로 많이 해볼 수 있을것 같지는 않다. 뭐 이밖에도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다닌다던가, 문득 장을 봐와서 한상 요리를 해본다던가, 가끔 차를 빌려서 드라이브를 해 본다던가, 뭐 많다.
이 간단한 해결책을 덜컥 택할 수 없는 이유는, 내가 지금 대학원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소중한 시간에, 연구분야의 클래식을 꼼꼼히 공부해보거나, 아니면 특별히 시간내어 해보지 않는 이상 접하지 않을 토픽을 공부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는 지금 Yale에서 수학 박사과정을 보낼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마침 Minsky 교수님이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메일을 보내셔서 조언을 조금 구하였다.
Ending lamination conjecture라고, 우리 분야에서 아주 큼직한 써스턴의 추측이 있었다. Minsky 교수님은 2000년대 초반에 이를 증명하셨는데, 이를 증명하는 논문은 약 100페이지 논문 한편과 약 145페이지 논문 한편, 총 245페이지로 구성된다. 이를 주우욱 공부하는 것은 무리니, 큰 줄기가 그려진 자료들을 공부하곤 했는데, 마침 Minsky 교수님이 이에 대해 강의한 내용을 정리해둔 논문이 있어서 최근에 공부했다.
Minsky 교수님께 위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본인의 다른 논문 중 함께 보면 좋을 것을 추천해 주셨다. 아마 입학 전 꼭 읽어볼 것 같다. 덧붙여서 교수님은 대학원 공부를 시작할 때 위상수학, 동역학계, 해석학, 대수학에 대해 넓은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교수님도 대학원 생활 때 이를 잘 실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하셨다. 아마 이를 되뇌면서 공부를 이어나갈 것 같다.
사실 넓게 공부해야한다는 생각과 상충되는 것은, 내가 학부시절 연구하면서 벌려놓은 생각들을 (머릿속을 난잡하게 차지하고 있다.) 잘 마무리짓는 것이다. 이는 대충 아래와 같이 정리된다.
- Mapping class group 위의 random walk -- 우리가 알고 있는 random walk의 거동이 어떤 세팅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 Brownian motion으로 공간의 기하구조를 읽어낼 수 있을까? -- Teichmueller space, Knot complement 등이 당장에 궁금한 공간이고, 아주아주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 Hyperbolic structure가 얼마나 generic한 구조인가? 예를 들어 곡면의 mapping class 중에서는 pseudo-Anosov 한 녀석들이 generic 하다는 관찰이 꽤 많다. 비슷한 질문을 knot에도, link에도 할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조사를 좀 해보아야 한다.
- 곡면의 mapping torus (곡면을 부풀리고 두 경계를 뒤틀어 붙여 만든 3차원 공간) 기하구조와 뒤틀림 사이에는 어떠한 관계를 관찰할 수 있을까?
사실 하나하나가 큼직한 토픽이라, 각 하나에만 올인해도 대학원 입학 전까지 생각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내 역량이 닿는 만큼 잘 마무리하고, 또 Minsky 교수님의 조언대로 넓은 시각을 탑재한 채로 대학원 공부를 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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