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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유학준비

유학 준비 후기 4.2 Open house/Visiting

대부분의 (미국) 학교는 (아마 first-round에 합격한) 합격생들을 대상으로 Open House 혹은 Visiting이라고 하는 방문 행사를 진행한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현지에 직접 방문해서 학교 구경도 하고, 사람들하고 이야기도 하고, 소소한 여행도 다니고 할 텐데 올해는 비대면으로 진행되어서 너무 아쉬웠다. 나는 아주 많은 학교들의 지원을 철회했는데, 사실 Open house/visiting이 대면으로 진행될 때 적지 않은 금액의 경비 지원이 있기 때문에, 만약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철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Yale과 Caltech의 Open house/visiting에 참가했는데, 일정은 아래와 같다. (미국 시간 기준)

  • Yale -- 2/22 ~ 2/27 : 교수와의 면담, 3/4 : 단체 행사
  • Caltech -- 3/10 : 단체 행사 및 교수와의 면담

시차때문에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학교 측에서 배려를 해주어서 좋았다. 예를 들어 단체 행사 같은 이벤트는 어쩔 수 없지만, (가장 중요한) 교수와의 면담 같은 경우는 학생들의 시차에 맞게 모든 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시간을 배당해 주었다.

Yale의 경우 행사가 두 가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나는 Minsky 교수님이 먼저 메일을 보내셔서 답장 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2/24에 Zoom으로 직접 뵈어서 45분 정도 이야기했다. 학과 및 대학원 생활에 대한 질문뿐 아니라, 수학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누어서 좋았다. 특히 Minsky 교수님이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경험담 같은 것을 들려주셨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건 생각보다 적은 수의 교수님들이 면담 시간을 제공하셔서, 관심 있는 몇몇 다른 교수님들과는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Yale의 단체 행사? 에서는 서로서로 각자 자기소개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처음 참석하는 자리라서 조금 낯설기도 했는데, 그래도 학과에서 ice breaking을 위해 많이 준비한 듯하다. 교수님들이 본인 연구분야에 대해서 짤막한 talk을 하는 자리도 있어서 재밌게 들었는데, 특히 현재 Yale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들하고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예를 들어 Housing이나 Teaching 같이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시간대도 한국시각으로 자정에 시작했어서 적당히 참석하다가 잠들었다.

Caltech은 한번에 모든 행사가 진행되었다. Yale Open house/Visiting에서 봤던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조금 신기했다. 특히 19년 여름에 미국 고등과학원 여름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그 자리에 있어서 엄청 반갑게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이렇게 보니 좋았다.

Caltech은 우선 학과 소개 및 교수님들의 간략한 연구 소개가 있었다. 그 뒤로는 교수와의 면담, 그리고 재학 중인 대학원생들과 편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이 제공되었다. 그런데 Caltech은 한국시각으로 새벽 2시에 시작하는 바람에 나는 연구 소개까지 듣고 우선 잠에 들었다.

다행히 학과에서 배려해주어서, 잠들고 나서 한국시각 오전 10시쯤에 면담을 할 수 있었다. Caltech은 학생이 우선 면담을 원하는 교수 리스트를 작성한 뒤 배정해주는 시스템이었는데, 나는 Ni, Wang, Makarov 세 분께 면담을 부탁드렸다. 아쉽게도 Wang 교수님과는 면담이 잡히지 않았고, Ni 교수님과 Makarov 교수님과 면담을 하였다.

Yale과 Caltech 모두 수학과가 학생들을 적게 뽑아서 운영하는 학교라서 많은 인원이 참석하지는 않았다. 일단 교수, 직원, 재학생, 합격생 모두 합해 20명이 안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었는데, 반대로 또 너무 이야기를 안 하면 조금 뻘쭘하기는 하다.

조금 특이한 현상이면서도 꽤나 매년 관찰되는 현상인데, 대수기하나 정수론 혹은 표현론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엄-청 많다. 저차원 위상수학, 기하위상수학 및 동역학계에 관심 있는 나를 제외하면, Yale과 Caltech 모두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합격생들 모두 대수기하나 정수론 혹은 표현론에 관심 있었던 것 같다. Caltech은 뭔가 산술기하나 정수론 (특히 물리랑 연결되는) 분야가 엄청 강해서 그럴 수 있는 것 같은데, Yale은 의외였다. Yale이 표현론이 엄청 강한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차원 위상수학 및 동역학계에서 엄청 유명한 수학자들이 많은 학교임에도 합격생 중 나 혼자만 이 분야에 관심 있는 건 조금 의아했다.

질문거리를 많이 생각해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생활 환경이나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은 대학원생들한테 편하게 물어보면 되고, 특히 내가 지도받고 싶은 교수님 혹은 그 학생들에 대해서도 물어봐도 좋은 것 같다. 교수님과의 면담이 오히려 조금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것 역시 질문거리를 많이 가져가서 대화를 자연스레 하다 보면 풀어지는 것 같다. 나는 다음과 같은 정도의 질문들을 준비해 갔다.

  • 현재 연구 관심사 혹은 내 관심사와의 관계
  • 학생을 더 지도할 계획이 있는지
  • 학생을 지도하는 스타일 (얼마나 자주 만나는지, 만나서 어떻게 하는지, 프로젝트 등은 어떻게 계획하는지)
  • 1년 차 박사과정 학생에게 하는 조언
  • 지도학생이 가졌으면 하는 태도 혹은 지식
  • 다른 학교에 비해 좋은 점

솔직히 말해서 학교에 대한 이미지는 Open house/Visiting 이후에 크게 바뀌진 않은 것 같다. 그래도 매번 이메일이나 텍스트로 소통하다가 직접 얼굴 보고 이야기하니까 더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특히 학교에서 학생들한테 신경 써준다는 것이 더 잘 느껴져서 좋았다. 이제 다음 주나 다다음주에 Havard랑 이야기를 좀 해보고, 최종 결정을 내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