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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유학준비

유학 준비 후기 3. Application

3.1 학교 정하기

지원의 첫 단계는 바로 지원할 학교를 정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가 어느 정도 확실했었고, 꾸준히 연구해오며 이 분야에 매력적인 연구를 하는 분들이 어디에 계신지를 대충 파악하고 있었어서 학교를 정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우선 연구하며 "이 분에게 지도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분들이 계신 곳을 나열해 봤는데, Harvard, MIT, Yale, UChicago, Princeton, UC Berkeley, Caltech, UToronto, UMichigan, Cornell, UIUC, Georgia Tech 정도였다. 여기에 US News 기준으로 20위권 안의 학교 중 학교가 크고,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을 할 수 있는 학교를 추가하여 총 22개의 학교를 선정하였다.

한 학교에 지원하는 과정은 적지 않은 스트레스다. 따라서 나는 15개 이하로 학교를 줄이려고 했고, 이를 위해 연구를 지도해주시는 교수님 A께 면담을 부탁드렸다. 면담 전 우선 22개 학교 중 반드시 지원할 학교, 고민 중인 학교, 지원하지 않을 학교를 정한 후 면담을 진행하였고, 최종적으로 15개의 학교를 정하였다. 자세한 리스트는 다음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학교 선정 과정에서 같은 분야의 교수님께 도움을 부탁드리는 것은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첫째로, 내가 관심 있는 교수가 아직도 내가 관심 있는 연구를 하고 있는지는 교수 개인 홈페이지만으로 완전히 알 수는 없다. 최근에 그 교수의 연구 방향이 바뀌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그 교수가 이직을 고려하는지/안 하는지, 그리고 실제로 그 학과의 재정 혹은 기타 상황에 대해서는 내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예로, 나는 UIUC를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3.2 평가 요소

먼저 용어를 정의해 두자면, SOP, Statement of Purpose는 학문적인 경험과 계획을 쓰는 글이고 PS, Personal Statement는 학문 외적인 배경과 다양성에 대해 쓰는 글이다. 어떤 학교에서는 학문적인 글을 PS라고 하기도 하고, 학문 외적인 글을 Diversity Statement라고 하는 등 학교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므로, 이 글에서는 위의 정의로 통일하자.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수학과의 경우 추천서와 연구경험/실적, GPA, SOP, PS, TOEFL, GRE 순으로 중요한 것 같다. 사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IMO 상이 있으면 꽤 큰 영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IMO는커녕 그냥 경시대회 경험이 없고, 아마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이제 와서 IMO에 나갈 수는 없는 것 같으니 언급하지 않겠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TOEFL은 미니멈만 넘으면 전혀 문제가 아닌 것 같고, GRE는 하등 쓸모없는 것 같다. 이 외에 지원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연구와 GPA, SOP/PS 작성뿐이다. 사실 연구를 열심히 하고 GPA가 높으면 추천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거라 조심스레 생각한다. 덧붙여 연구경험이나 특별한 경험이 많으면 SOP와 PS를 쓰기 훨씬 수월하다.

3.3 SOP/PS/CV

나는 모든 학교에 동일한 내용의 SOP를 제출하였다. LaTeX을 이용하여 앞부분은 하나의 파일로 따로 만들고, 맨 마지막 문단만 학교별로 컴파일하는 방식으로 하였다. 물론 이는 최종본을 작성한 이후의 작업이고, SOP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는 MS Word를 사용하여 작성하여 첨삭 등을 용이하게 하였다.

SOP를 작성하는 초창기 단계에서 교수님 C께 조언을 부탁드렸다. 같은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해온 교수님 A께는 최종본만을 보여드렸다. 교수님 A와 계속 연구하는 입장에서 연구 외에 다른 일로 교수님의 시간을 부탁드리기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기도 했고, 특히 내가 교수님 C께 부탁드렸던 이유는 아래와 같다.

  • 교수님 C는 학부 지도교수님 및 멘토교수님으로서 내가 1학년 때부터 다양한 측면을 보아오셨을 것 같았다. 특히 교수님 A와는 연구적인 측면 위주로 교류가 있었던 반면 교수님 C와는 여러 방면에서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 나의 SOP를 읽는 Admission Committee가 나의 연구 혹은 연구분야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는지 불확실했다. 꼭 나의 연구분야의 평가자가 읽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우선 가장 처음에 SOP를 쓸 때에는 첫 문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첫 문단에 나는 엄청 잘하는 학생임을 어필하려고 했다. 예를 들어 나는 하나 빼고 모든 전공에서 A+를 받았으며, 몇 편의 논문을 작성했고, 등을 써 두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나는 어떠한 계기로 위상수학을 공부하려 하는지를 서술하였다. 이를 교수님 C께 보여드렸는데, 아주 많은 지적을 받고 갈아엎었다. 교수님 C께서 주신 지적 및 코멘트 중 핵심적인 부분들은 아래와 같다.

  1. CV를 통해 얼마든지 알 수 있는 내용은 쓰지 않는다. 결국 자기가 얼마나 뛰어난 학생인지를 굳이 SOP에서 "주장"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2. 왜 위상수학에 관심이 생겼는지는 쓰지 않는다. 사실 동기야 누구든, 얼마든 쓸 수 있는 내용이고, 나만이 쓸 수 있는 내용들을 기술하는 것이 좋다.
  3. Personal 한 이야기를 쓴다. 같이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적인 면을 어느 정도 기술해 두면 좋을 것 같다. 특히 나의 경우 연고지가 속초인데, 속초에서 자라면서 넓은 세상을 바라봤다는 이야기가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수학과의 경우 대부분의 지원자가 서울 출신이고, 이미 KAIST에서 연구 잘하는데 왜 굳이 유학을 오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다고 하셨다. 처음에 출신지를 학교에서 어떻게 알지 했는데, 지원과정에서 보니 출신지를 쓰는 칸이 있기도 하였다.

교수님께서 주신 조언을 바탕으로 SOP를 다시 썼다. 내가 SOP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나는 이미 연구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네 편의 논문 중 첫 번째와 세 번째 것은 저 차원 위상수학과 동역학계에 대한 것이었고, 두 번째와 네 번째 것은 저 차원 위상수학에 대한 것이었다. 따라서 나는 저 차원 위상수학과 동역학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는 내용을 서술하고, 그 이후에 저 차원 위상수학 자체에도 관심이 있어서 연구랬다는 것을 서술하는 식으로 SOP를 구성하였다. 연구내용 앞에는 내가 왜 유학을 가려고 하는지를 위의 조언을 토대로 작성하였고, 연구내용을 마무리하면서 내가 무얼 느꼈고 앞으로 어떠한 태도로 수학연구에 임하고 싶은지 기술하였다.

작성한 SOP는 유학 간 선배, 친구들에게 검토를 부탁하였다. 나는 연구경험을 너무 구체적이지 않은 선에서 잘 서술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서, 주로 연구경험이 있는 화학 쪽 사람들에게 검토를 부탁하였다. 덧붙여 위상수학 분야로 유학을 간 선배들에게도 부탁하였다.

PS는 학교마다 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나는 주로 아래의 내용들을 학교별로 적절히 조합하여 제출하였다.

  • Language Partner Program -- KAIST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봉사
  • KPF (KAIST 총장 장학생) 학생회장
  • IAS PCMI Summer School -- 한국에서 참여한 학부생은 나 혼자였음
  • 법학 특강 <기본권과 헌법재판> 수업 들은 것
  • 시골에서 자라 어린 시절 스타벅스와 맥도널드에 가보지 못함

SOP와 PS는 작성 이후 한국 고등교육재단의 Greever 선생님께서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셨다.

CV는 꾸준히 만들어둔 것이 있어서 크게 어렵지 않았다. CV가 5페이지가 되어서 교수님께 혹 너무 길지는 않은지 여쭈어봤는데, 교수님 C께서는 CV는 얼마든지 길어도 좋으니 넣을 수 있는 것은 다 넣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나는 중요도 순으로 CV를 작성하였는데, Research Interests, Education, Publications, Research Talks, Honors 순으로 작성하였다. 그 이후에는 Work experience나 기타 자잘한 것들을 적어두었다.

UMichigan은 지원자마다 고유번호를 발급하여 이를 모든 서류에 기재하라고 하고, 모든 서류의 여백을 자신들이 설정한 기준에 맞추도록 요구한다. 이럴 거면 차라리 양식을 만들어주는 게 낫지 않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3.4 추천서

수학과 대학원의 경우 추천서가 아주 중요한 것 같다. 아무래도 한국 학생들의 경우 경험의 폭이 넓지 않고, 유학 지원자들 모두 좋은 성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웬만하면 지원자들 간 차별화된 포인트가 추천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꾸준히 연구를 지도해주신 교수님, 학부 지도교수님, 그리고 1년 동안 대학원 확률론/확률 과정론 수업을 담당하신 교수님께 추천서를 부탁드렸다. 추천서는 모두 여름에 부탁드렸고, 부탁드릴 당시에 학교 리스트와 CV를 함께 전달해 드렸다. 앞의 두 분께 추천서를 부탁드릴 때에는 별다른 고민이 없었고, 세 번째 추천서를 어느 분께 부탁드릴지 고민을 했었는데 교수님 B께서 나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계실 것 같았다. [각주:1]

내가 추천인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추천 내용의 다양성이다. [각주:2] 예를 들어 모두 위상수학 교수님께 추천서를 부탁드린다면 추천 내용이 "이 학생은 위상수학을 잘한다"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이유에서, 수업만 들은 교수님 두 분 이상에게 추천서를 부탁드리지 않기로 다짐했다. 비슷한 내용을 선배들에게 듣기도 해서, 어느 정도 타당한 이유인 것 같다.

3.5 지원

입력할 것도 많고, TOEFL, GRE 성적도 보내야 한다. Application form은 아무리 늦어도 10월이면 다 열리는 것 같다. 미리미리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입력하고, 필요한 영어성적과 학부 성적표는 미리 제출해두기를 바란다.

더불어 학부 때 수강한 수학 과목들을 모두 입력하라는 학교도 있고, 이를 표로 정리하여 pdf로 제출하라는 학교도 있다. 나는 이 사항을 유학 간 선배한테 꽤 예전에 들었어서, pdf로 미리 정리해 두었더니 조금 편했었다. Level, Course name, Textbook, Keywords, Language 정도 정리해 두면 충분한 것 같다.

  1. 사실 학생 입장에서 이런 부분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다만 나의 경우 교수님 B를 수업 전 학교 행사에서 뵌 적이 있었는데 이미 내 이름을 알고 계셨고, 1년 동안 들은 수업의 모든 평가에서 만점을 받았어서 어느 정도 근거가 되지 않을까 했다. [본문으로]
  2. 당연히 모든 추천인은 나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어야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