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학/유학준비

유학 준비 후기 2. Pre-Application

2.1 학부 배경

나는 KAIST 수리과학과를 단일 전공(심화전공)으로 졸업했다. 총 8학기를 다녔고, 영재고 출신은 아니라 많은 학점을 이수하지는 못했다. 지원 당시의 성적은 4.22/4.30이었고, 수학 전공 성적은 4.28/4.30이었다. 전공성적 외에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성적에 대해서 의견이 많이 갈리는 부분도 있는데, A인지 B인지만 중요하다는 의견과 A+, A0, A-가 각각 다르게 평가된다는 의견이다. 나는 후자의 의견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지원 시 unconverted GPA를 입력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각주:1] 특히나 학교 측에서 다양성을 고려한 선발을 진행한다면 각 나라의 지원자들을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고, 이 경우 구체적인 성적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성적은 높을수록 좋으니 잘 받아두면 좋은 것 같다.

나는 19년 여름부터 교수님 A[각주:2]께 지도를 받으며 연구를 수행했다. 학부 저학년 시절 여러 세미나, 학회에 참석해보고 이것저것 공부해보니 기하 위상수학 및 저 차원 위상수학과 동역학계에 관심이 생겼다. 마침 KAIST에서는 URP (Undergraduate Research Participation)라는 것을 지원해주는데, 관심 있던 주제로 제안서를 작성하여 교수님 A께 컨택하였고, URP 지도를 부탁드렸다. 지원 마감인 2020년 12월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약 1년 반 정도를 연구에 매진하여 총 4편의 논문을 교수님 A와 공저하였다. 모든 논문은 arXiv에 공개하고 arXiv 번호를 대학원 지원서류와 CV에 기재하여 Admission Committee가 열람할 수 있도록 하였고, 투고한 저널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각주:3] 다만 지원 후 Minor revision을 받은 논문이 있어, CV 수정이 가능한 곳에는 이를 명시해 두었다.

나는 학부시절 (입시를 떠나서) 특별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매 방학마다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2019년 여름에 참석한 미국 고등과학원(이하 IAS) 여름학교였다. IAS PCMI Summer School이라고도 하는데, 매년 7월에 미국 Utah 주의 Park City라는 곳에서 진행된다. 각 해의 주제는 다르고, 심사를 거쳐 선발된 사람만 참석할 수 있다. 나는 마침 2019년 주제가 내가 관심있는 Geometric Topology였기에 지원했고, 선발되어서 참석할 수 있었다.

IAS PCMI Summer School은 활발히 연구하는 수학자들이 각자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거나, 아니면 특정 주제를 가르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미국 내에서는 꽤나 유명한 이벤트인것 같고, 아주 유명한 수학자들도 참석한다. 예전에 Random Matrix Theory가 주제일 때에는 Tao가 연사로 참석했다고 한다. 덧붙여 짧은 연구 프로젝트에도 참가하여 발표를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여기에 참가한 친구들은 대부분 4학년이거나 갓 졸업한 친구들인데, 후에 입시를 치르면서 현지 상황에 대해서 여러 조언을 주어서 고마웠다. 특히 내 돈은 거의 안 들었는데, 항공료를 지원해주고, 아주 좋은 리조트의 아주 넓은 방을 무료로 제공해주며, \$210의 Giftcard를 나누어 주었다. 미국인들은 stipend로 꽤 큰돈을 더 받았다. 나는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꼭 참석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왔다. 원래는 더 일찍 가려고 했는데, 고등학교를 조기졸업해서 신검을 조금 늦게 받았고, 2학년을 마친 후 3월에 육군에 입대했다. 카투사 같은 것은 지원해보지는 않았다. 그냥 육군에 재학생 입영신청을 했다. 그러나 운이 좋게 상근 예비역에 선발되었고, 21개월-6일 정도의 기간을 복무했다. 사실 나는 연고지가 강원도 속초라, 상근 예비역에 선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군 문제를 해결한 친구들을 보면 다들 무언가 결심한 듯이 열심히 사는 것 같다. 덧붙여 군대라는 곳에서는 다양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으니, 가야 한다면 빨리 다녀오면 좋을 것 같다.

2.2 TOEFL/GRE

12월에 군 전역 후 1월부터 서울에 방을 구해 해커스 토플을 다녔다. 영어를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고, 토플은 처음 접하는 시험이라 그냥 학원으로 시작하는 편이 좋을것 같았다. 토플은 외국인 학생에겐 아주 중요한 시험이지만, 미니멈만 넘으면 된다. 수학과는 대부분의 학교의 미니멈이 100점 이하이고, 간혹 섹션별 미니멈이 있는 학교가 있으니 이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학원을 다니며 본 토플시험에서 R27/L25/S21/W27로 딱 100점을 받았다. 105점 정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미니멈은 대충 넘은 것 같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간과한 부분이 있었는데, 일부 학교에서 토플 성적의 유효기간을 입학시점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즉, 2021년 9월 입학이라고 한다면 2019년 9월 이후의 성적이 필요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토플을 봐야 했었다. 와중에 토플이 뉴토 플로 개정되어서 조금 걱정이었는데, Reading과 Listening은 책을 사서 풀어보고 Speaking과 Writing은 학원 다닐 때 받은 부교재를 참고하여 준비하였다.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일단 그냥 보자 해서 봤는데 R29/L27/S22/W26으로 104점이 나왔다. 아무래도 그동안 영어에 노출되면서 성장한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이 점수를 입시에 활용하기로 했다.

GRE는 하등 쓸모없는 시험이다. 예전부터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소로 여겨져왔고, 2021 Fall 입시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GRE를 요구하지 않았다. COVID-19의 영향이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는 유지될 것 같다. GRE가 면제되기 전인  2020년 1, 2월에 해커스 주말반을 다니며 준비했는데, 계절학기랑 연구에 시간을 많이 쓰느라 준비를 잘 못했다. 사실 뭔가 면제될 것 같다는 느낌도 있어서 대충 하긴 했는데 [각주:4] 결국 V153/Q170/W3.0의 아주 낮은 점수가 나왔다. (주변 사람들을 보니 다들 V160/W4.0 정도는 받는 것 같았다.) GRE는 Yale과 Univ. of Wisconsin, Madison에만 제출했는데, Yale에서는 합격을 바로 줬고 UW-M은 지원을 철회했다. 이런 걸 보면 GRE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2.3 장학금: 한국고등교육재단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 유학 장학금은 관정, 일주, 국비 등이 있지만, 한국 고등교육재단은 유학 지원 전 7월 경에 선발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는 한국 고등교육재단의 큰 장점이고, 나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이 한국 고등교육재단에 지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나는 아래의 두 요소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 유학 지원과정에서 SOP, PS 등을 첨삭해준다.
  • 최대 세 곳의 학교에 재정보증서를 발송해주어 장학금 수혜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려준다.

서류, 필기시험, 면접을 통해 장학생을 선발하는데, 제출해야 하는 서류에는 학업계획서와 추천서, 그리고 토플 성적이 있다. 특히 아주 높은 점수의 토플을 요구하는 것 같지는 않으나, 그래도 신경 써서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

필기시험은 영어와 전공으로 나뉜다. 시험시간이 너무 길어서 조금 지치기는 하는데, 그래도 필기시험이 꽤나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영어시험은 내가 잘 못 보고 붙은 것을 보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은 GRE랑 비슷해서 GRE 공부한 직후에 시험을 보면 좋은 것 같다고 하는데, 나는 GRE도 잘 몰라서 모르겠다. 전공시험은 총 10문제를 2시간 동안 풀었어야 했다. 문제들도 어려웠고, 매년 분야의 편중이나 스타일이 바뀌므로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나는 시험 전 일주일 정도 대수학과 해석학에서 큰 결과들만 다시 한번 보고 갔다.

수학분야의 경우 면접은 참석한 모든 사람이 붙었다. 나는 지원할 당시에 연구실적이 있었는데, 면접 중 이를 위주로 질문을 받았다. 딱히 막 난해한 질문은 없었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면접이 진행되었다. 유학 준비가 얼마나 꼼꼼히 되어있는지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수학과는 대학원 생활 동안 학교에서 생활비까지 제공받는다. 재단에서는 매년 $13,000 정도 지원해주는데, 이는 생활비에 보태서 쓰면 되는 것 같다. 관정 장학금 등 다른 장학금은 학교에 수혜 사실을 알리고, TA 등을 줄여주는 대신 생활비에 조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에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잘 모르겠다.

  1. 미국은 4.0 스케일이므로 4.0으로 변환해서 입력하면 되고, 그러니 사실 +와 0은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unconverted GPA를 입력하라고 요구하는 점과 변환 방식이 유일하지 않은 점을 생각해볼 때 이는 설득력이 없는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본문으로]
  2. 추천서를 써주신 교수님을 알파벳 순으로 A, B, C라고 하겠다. [본문으로]
  3. 그저 Submitted. 정도만 기재해 두었다. 어디에 투고했는지 밝히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누구나 아무런 문서를 Annals of Mathematics에 투고할 수 있음을 생각하자. [본문으로]
  4. Harvard 물리학과에서 안 받겠다고 공표했었다. [본문으로]